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명상가's Room

[명상일지]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는 것

 

[100일 명상] 3일차

 

마음의 동요가 있다는 것은 

대상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.

 

그것이 좋은 감정이든 나쁜 감정이든

대상을 향해 내리는 감정적 판단 말이다.

 

내가 필터를 입혀 놓은 그 시선 때문에

나는 항상 대상을 보기만 해도 힘겨워했다.

보기만 했을 뿐인데 그 감정이 올라왔기 때문이다.

 

무심한 너에게 집착하는 나,

내 마음을 외면한다고 생각했던 나.

 

나를 경멸한다고 생각했던 너,

너의 시선에 수치스러워했던 나.

 

그런데 한편으로

나 역시 누군가가 드러내는 마음을 외면했고

그 부담을 용기있게 받아들이지 못했다.

 

타인의 시선을 곡해하며 넘겨짚었고

밤새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상력으로 잘못된 입력값을 부풀렸다.

 

그러나 이제

그건 다 각자의 사정이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

어렴풋이 아는 나이가 되었다.

 

감정을 온통 소모해도 아깝지 않을만큼 중요한 일들은

살면서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사실도.

 

여기 잔잔한 호숫가에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.

둥치가 크고 굵어서

거센 비바람과 홍수에도 그 자리에 굳건히 서 있을 것 같은 나무.

 

그 변함없는 나무를 바라보듯

대상을 바라본다. 

 

그 고요함과 단단함은

내가 대상을 바라볼 때 갖기 원하는 내면이다.

 

감정의 동요 없이

대상을 있는 그대로 대상을 바라본다는 것은 

아마도 내가 그런 나무가 된다는 뜻일 것이다.